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여성지위 향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시위를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우리나라는 87년부터 매년 ‘한국여성대회’를 열어 여성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마당으로 활용해 왔다. 올해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거리 퍼레이드와 여성운동상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여성노동계는 전국 9개 대도시에서 여성노동자대회를 연다.
이 같은 여성단체들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불교여성개발원이나 한국여성불교연합회 등 불교여성단체들이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준비한 행사는 없다. ‘기독여민회’와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등 다른 종교 여성단체들이 수년전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여성의 날 행사를 전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교계 여성단체들의 창립 취지인 ‘불자 여성의 권익을 도모’하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조계사 청년회가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마련한 ‘엄마 법우를 위한 특별 법회’는 특별한 주목을 받을 만하다. 행사 자체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여성 불자들이 절을 찾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보다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상 일상적이어야 할 일이 ‘특별’이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의 본 뜻이 남성들의 선심이나 생색내기 혹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표현하는 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사의 의미가 시사하는 바는 아주 간단하다. 절에 가는 일이 여성들에게 ‘특별’한 일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불교계가 여성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