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중앙승가대학교 2002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이 있었다. 전체 120명 정원에 추가모집까지 하였지만 겨우 70여 명만이 입학하게 되었으며, 역경학과는 단 2명이 지원했는데 타종단 비구니라고 한다.
역경학은 종단의 교육ㆍ역경ㆍ포교의 3대 사업 중의 하나로서 그 중대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원자가 극소하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역경학과 개설 당시부터 계속 4~5년을 30명 정원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면 발빠른 치유방안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역경학과의 이번 졸업생 11명 중 1명도 역경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대로는 생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역경이란 쉬운 영역이 아니다. 고도의 전문분야임이 틀림없다. 불교경론의 번역에 필수적인 언어, 즉 산스크리트어, 빨리어, 티베트어, 한문은 물론 국문학에도 밝은 식견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단차원에서 역경사를 양성한 적은 거의 없었다. 역경이 불교학의 근간이자, 불교발전의 요체임을 감안한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30여년간 조계종단은 역경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조차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역경에 소질있는 인재들을 발굴해내고, 전문기관과 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종단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승가대 역경학과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임을 조계종단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