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經)』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만약보살이 아상(我相)이나 인상(人相)이나 중생상(衆生相)이나 수자상(壽者相)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니라.”
이 상(相)은 명상(名想)의 의미이므로 현장은 아상(我想)ㆍ인상(人想)ㆍ중생상(衆生想)ㆍ수자상(壽者想)으로 번역하였다. 상(相)은 곧 만심(慢心)이다.
마음에 어떤 차별상을 갖고 분별심을 가짐으로써 탐욕이 발동하고 욕심대로 잘 안 된다고 성질부리며, 어리석게 시기(猜忌)ㆍ질투(嫉妬)ㆍ모함(謀陷)ㆍ아첨(阿諂)ㆍ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악구(惡口)ㆍ양설(兩舌) 등 온갖 만용과 비굴함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양심마저 휴지통에 버린채 남의 시선도 비웃음도 모르는 철면피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세상은 점점 혼탁해지고 불신의 골은 깊어져 악업의 순환으로 사회는 점점 ‘지옥’으로 변한다.
그러나 중생의 마음은 본래 맑고 밝은 것이므로 인간이 어떠한 만용을 부릴지라도 그 근본은 착하고 좋은 마음(良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어떤 못된 짓을 하는 중생일지라도 미워하지 않고 그를 불쌍히 여기며, 타일러서 스스로 깨달아 악의 너울을 벗어나 본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삶을 갖도록 간절한 진리의 말씀을 하셨다.
부처님의 제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익혀서 행업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제자라고 할 수 없다.
일체의 상을 안과 밖으로 집착하거나 지어냄이 없고 걸림이 없으면 곧 부처님의 참된 제자로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형색이나 어떤 소리에 걸려들거나 집착한다면 그는 삿된 외도일 뿐, 부처님의 깨달음은 절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참선ㆍ염불ㆍ기도ㆍ참회의 목적이 곧 참된 불제자 됨의 다짐이다. 아침에 발원하고 저녁에 돌이켜 뉘우쳐 챙겨보면서 상에 걸리고 집착하여 망심에 놀아나고 있지는 않는지, 남에게 부끄럽지 않는 참된 삶을 사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동국대 정각원장ㆍ본지 논설위원 법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