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심곡사지 국가 소유’ 판결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동안 사법부에서 폐사지에 대한 불교종단의 소유권 계승을 대부분 인정해 주었던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있던 심곡사는 고려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그 역사성과 함께 거찰로서의 문화적 가치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터전이었음을 알게 한다. 6.25 전쟁에 소실된 이후 군사작전 보호구역 안에 편입, 출입이 제한된 상태에서 사찰자체를 임시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고, 그 폐허의 유물들을 거두어 보관했던 곳이 현재의 심곡사다. 이미 조계종에서도 이를 옛 심곡사와 동일한 사찰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옛 절과 현 심곡사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해석에는 무리함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현재 계류 중인 또 하나의 심곡사지 소유에 관한 상고심도 우려감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심곡사를 포함, 조계종단에서의 대처방안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허점들을 찾아내, 폐사지 등의 종단 망실재산을 보호하는데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자 한다.
조계종에서는 전국 3천2백여 곳의 폐사지를 파악해 두고 있다. 그러나 이의 현장조사나 사지관리에는 소홀하다. 제2의 심곡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이런 허점 속에 숨어있다. 종단은 전국 본 말사를 움직여 하루 빨리 교구 내 폐사지들을 조사 관리토록 하고, 재산관리인 지정과 함께 종단차원의 소유자 복구 신청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모든 폐사지의 소유권은 불교종단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곳은 이 땅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며 그 숨결을 살리는 데는 불교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