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국제 간 비교가 가능한 방법인 세계보건기구의 규정을 쫓아 전국 성인(20-64세) 남녀 6,114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이 있다.
부분적인 조사나 감으로는 현대사회의 발전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하는 정신장애를 감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실상 그 결과가 밝혀진 것을 보고 당혹스럽다.
우선 결과의 숫치는 상세히 보도된 바 있기 때문에 새로 인용하는 것은 그만두고 나타난 특징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우선 정신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주된 정신장애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는 정신병이다. 아직 그 원인이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유발요인을 갖고 있다. 정신분열병이나 조울병과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둘째로는 소위 신경증이란 이름으로 통칭되는 여러 장애이다. 이는 주로 불안을 주된 호소로 우울증 등 여러 형태의 임상증상을 보이는 소위 말하는 현대병이다.
셋째로는 성격의 발달 단계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성격장애이다. 이 세 가지 주된 장애에 기타 버금가는 여러 장애들이 공존을 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알코올이나 담배 등 상용물질로 인한 장애가 돋보인다. 그런데 이 대부분은 성격장애와 연관된 장애들로 이해를 하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정신병의 발병율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신경증이나 성격장애로 인한 여러 임상증상들의 증가는 현대사회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유추된다.
최근 들어 알코올 주정중독이나 니코틴 중독 등 물질상용으로 인한 중독의 증가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라고 보여 진다. 우울증과 같은 장애의 증가도 괄목할만하다. 질병선진국 수준을 넘는 것도 있고 버금가는 것들도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변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변동 전반의 영향요인들의 복합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다.
우선 사회적 변동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경쟁이다. 성격형성 과정에서 이미 경쟁에 적응하도록 학습된 개인 유기체들은 무한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장애 증상을 앓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적 소산이다.
신체나 정신의 건강 요체는 조화로움에 있다. 무모한 경쟁은 조화로움을 깨는 만성적인 자극이다. 조화로움을 잃으면 유기체는 유기체나 자아를 유지시키기 위해 불균형적 증상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증상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가 없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논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경쟁이 상생의 조화로움이란 것을 통찰하고 자신과 이웃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지 않으면 이런 정신장애적 유병율은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삶의 황폐화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그렇게 몰아간다는 것을 먼저 통찰하고 조화로운 경쟁 습관을 학습해야 한다. 평상시의 마음도 특별한 경우를 만나면 흐트러진다. 특별한 경우에도 평상시의 마음을 가지도록 배워야 한다. <중아함경>의 말씀이다. 평상시의 마음이 조화로운 마음이다.
이근후
(이근후 열린마음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