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은 스포츠, 전쟁, 경쟁 등 상대의 전략에 대응해서 자신의 다음 수를 생각하는 수리과학이다.
원자탄, 전자계산기의 발명에 크게 기여한 폰·노이만이 창안한 이 이론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경영, 경제 등에 넓게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전략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최근에는 테러에 대한 군사전략에도 이용되고 있다.
논리정연하게 전개되는 게임이론에 최신의 과학기술과 군사기술을 총동원 한 전략은 백전백승할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테러는 상대의 모습도 안보이고 게임의 원칙도 없으며 정보도 충분치 않다.
게임이론은 일단 상대가 패배하면 그것이 끝이다. 일정한 국면에서만 전개되는 전력으로써는 효과적이지만 거시적인 인류·세계화 차원에 게임이론을 적용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사회에서는 지면서 이길 수도 있고 때로는 비기거나 타협할 수도 있다. 고전적인 생물진화론은 종의 누적변이과정을 통해 하등의 것이 고등화 되어가는 과정을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로 설명한다.
그러나 최근의 진화론은 우수한 것과 열등한 것 사이의 생존 경쟁보다 오히려 약한 것과 강한 것이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현상을 중요시한다.
처음 페니실린이 발명되었을 때 일반인은 물론 과학자까지도 폐렴 또는 폐결핵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폐렴, 결핵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항생 물질의 발달과 더불어 세균의 생명력 또한 강해지는 것이다. 약이 강해지면 살아남은 세균은 내성이 생겨 한층 강해지고 또다시 그에 맞서 보다 강력한 항생물질을 만들게 된다.
세균은 신약에 의해 일시적으로 소멸하지만 점차 그것을 이겨내는 보다 강력한 세균을 탄생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을 항생물질에, 테러 분자를 세균의 자리에 놓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테러 대책은 장기·바둑처럼 단순히 흑백논리로 해결 할 수는 없으며 긴 인류 문명사를 돌아볼 때 새로운 철학을 요구한다. 인류 사회는 이제 기계론적인 사고보다는 연기론적인 생명패러다임의 철학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운 본지논설위원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