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고정되어 있지 않는 우주만유의 진리를 부처님은 '무상'이라 했으며 그것은 불교를 규정짓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쉬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불교계의 보수적인 태도가 그러하고 또한 비구니스님이나 여성 재가자들이 스스로를 규정짓는 방식이 그러하다.
'보살불교'라 할만큼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타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 불교계의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 얼마전 부산에서 일어났다. 부산교계의 승가와 재가가 지혜를 모아 시민운동에서 제 목소리를 내어보자고 1월 18일 청정화합시민연대를 결성하면서 생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몇 개월에 걸쳐 준비모임을 가지며 창립을 위한 조직을 꾸린 후 최종 준비 모임을 갔던 날, 한 여성신행단체장이 이런 지적을 했다.
“부산불교를 대표하는 NGO를 표방하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에 어째서 비구니스님이나 여성재가가 단 한명도 없느냐?”고.
그랬다. 17명이나 되는 공동대표 명단에는 비구니나 여성 재가자는 단 한명도 없었고 운영위원이나 분과위원장에도 여성의 이름은 단 3명만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산불교를 움직이는 많은 여성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현실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그 지적이 받아 들여져 비구니 스님 한명과 여성 재가자 한명을 공동대표에 또 다른 비구니 스님은 고문에 추대됐다.
그러나 공동대표 명단에 여성의 이름 석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누가 불러내 주고, 이름을 올려 주길 기대하기에 앞서 여성 스스로 변화하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에 걸맞도록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영역을 넓히려는 자각을 갖고 적극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