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사문의 본분은 자기수행과 중생교화에 있다. 특히 수행은 불교의 종교적 특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불가의 전통적 가풍이기도 하다. 예전의 스님들이 이런 가풍에 따라 작은 세속적 욕망에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도를 깨닫지 못해 떨어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통곡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그러나 요즘 출가사문들 가운데에서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적, 종단적 여건이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환경이 어떠하든, 출가자는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 수행자의 기풍을 지녀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열반한 혜암 종정스님을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혜암스님은 한평생을 장좌불와에 하루 한끼 공양으로 수행에 매진하였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하여 신도들을 멀리 했으며, 한겨울 불도 때지 않은 방에서 정진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구법망구의 정신으로 구들장을 파버린 유명한 일화도 남기고 있다. 도반들과 더불어 여러 차례 결사를 한 것만 보더라도 스님의 수행정신을 읽을 수가 있으며, 종두소임을 볼 때 화두를 잡고 있느라 범종조차 제대로 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스님의 평소 신념은 오직 한가지였다.
“공부하다 죽으리라!”
이 한마디만으로도 우리는 스님의 수행정신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혜암스님의 대쪽같은 수행가풍을 잇는 일이야말로 자기를 건지고 한국불교를 건지는 요체라는 점을 출가사문들은 겸허하게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