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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체면과 양심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다고 해도 양심 있는 자는 자기를 이길 수 있고, 자기를 이기는 자는 세상 사람이 다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 양심이 없는 자가 너무 많다.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를 잊고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모르는 파렴치한들이 지존의 자리에서 세상을 제멋대로 만들려고 하고, 지체 높은 어른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물리친 채 권력에만 더욱 눈이 쏠리고 있고, 양심 있는 자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철면피 행세를 한단 말인가. 참 요지경 세상이다.

국민의 정부라고는 하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정치이며, 그토록 외치던 민주화는 어디로 귀양 보냈으며, 손도 안대고 코풀며 으스대는, 소위 지도층 인사의 꼴불견은 가히 가소롭다. 그러면서 도리어 남을 통치하려 하고, 아부꾼들이 던져주는 입 값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 챙기고, 속빈 강정처럼 양심도 없이 겉치레만 미끈한 꼴이 참으로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목탁은 속이 제대로 비어야 소리가 잘 난다. 인간은 마음을 제대로 비우지 않고 욕심으로 가득 채우면 제 아무리 잘 두드려도 청아한 목탁 같은 인간 양심의 소리는 나지 않는다. 제 마음을 스스로 깨끗하게 비울 줄 아는 사람만이 그 누구의 앞에서도 떳떳하게 제 행세를 할 수 있다.

<금강경>에 “마땅히 이와 같이 마음을 항복 받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 ‘이와 같이’라는 말은 마음의 본성과 같이 맑고 밝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삼혜경(三慧經)>에 ‘사람이 제 마음도 이기지 못하면서 도리어 남의 마음을 이기려고 해서야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라고 하였다. 여기서 ‘남의 마음을 이기려고 한다’는 것은 남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을 스스로 속이면서 남을 지배하고 남의 앞에서 군림하려는 것은 진리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기도하고, 참선하고, 묵상하면서 가만히 내 자신을 생각해보자. 나 자신이 바로 어리석게 남을 속이기 위해 끌려 다니는 간탐귀의 모습은 아닌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양심을 되찾는 것이 바로 성현의 길이다.

법산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20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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