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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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내가 불자인가?
가끔씩, 나는 내가 왜 불자인가를 자문하곤 한다. 불교교리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절이 가진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주위 가까운 분들이 불의의 변을 당하면 절에 천도재를 모시고… 그래서 나는 불자인가?

그러나 뭔가 허전하다. 교리를 조금 안다고, 부처님 전에 3,000배를 10번 한다고 해서 불자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부처님의 말씀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리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의심없이 믿는 마음이 있으면 불자인가?

그럴 것이다. 부처님 말씀의 진리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야말로 불자가 되기 위한 가장 크고도 중요한 출발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나의 이성적 사고로는 불교의 진리성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불자다.

그러나 그 믿음이 나의 머리에 한정되어 있고 온갖 잘못된 습에 젖어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지 못하고 있다면 나의 믿음은 거짓이고 그래서 나는 불자일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캄캄한 밤의 길 안내자’라고 비유하셨다. 그 길을 가고, 가지 않고는 부처님의 몫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몫이라고 강조해 말씀하셨다.

나는 그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 최소한 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가? 혹시 나는 책으로, 머리로만 그 길을 그려보면서 마치 길을 가고 있는 양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자문을 할 때면 매번 스스로 초라해짐을 느끼곤 한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거짓인 듯 하고 그래서 더 이상 어떤 일도, 말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금강경>을 수백번 읽고, <화엄경>을 닳도록 읽었다 해도, 만 배, 십만 배를 한다고 해도, 5계 중 하나를 실천함만 못할 것이다.

타성과 관성에 물들어 있는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어떠한 공부도, 수행도 다 부질없는 일에 불과할 것이다.

임동현
서울 봉은사 연구실장
20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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