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스님에 대한 비구니 스님의 8가지 공경법을 명시한 팔경법(八敬法)은 여성 불자들을 억압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인가. 최근 한국 불교계에서는 '팔경법은 불설(佛說)이므로 불제자들은 마땅히 이를 따라야 한다'는 보수적인 비구 스님들과 '팔경법은 후세의 삽입이며 불설이 아니라'는 여성 불교학자들간의 견해가 맞서고 있다.
80년대 초 불교계는 ‘여성도 성불할 수 있다’는 동국대 이영자 교수의 발언이 충격적일 정도로 여성주의적 시각이 전무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잇달아 논문을 통해 ‘팔경법’의 비불설과 종단내 선거권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내 불교여성개발원을 비롯 여성불교연합회, 불교여성회 등을 중심으로 여성운동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한국비구니연구소는 비구니사 정립을 위한 학술사업에 나서고 있다.
불교 여성운동은 아직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에 해당하지만, 종교계의 성차별을 극복하려는 여성운동과 궤를 같이하면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 종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를 막론하고 남녀의 성역할을 구분한 유교문화 등의 영향으로 교리 및 경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관습과 문화적 이유로 여성 성직자 및 여신도들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해 왔다.
그러나, 늦은감은 있지만 호주제폐지를 위한 종교연대를 비롯, 여성 종교인들의 연대를 통한 움직임도 태동하는 추세여서 종교여성운동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체 스님의 절반을 차지하는 5천여 비구니 스님들. 덕과 지혜를 갖추고도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 이들이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불교계도 문을 활짝 열었으면 한다.
김재경 기자
(취재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