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세상도 불공평하다.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곤란하다는 지금, 하루 한 끼니도 제대로 못 먹어 무료급식소로 떠도는 노인이 있고, 산동네에서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가는 결식아동이 너무 많다.
농부들은 농사를 지었으나 팔로가 없어 논을 엎고 길거리에 버리고 빚더미에 올라않아 한탄하는 소리가 하늘에 가득하다.
가난한 농민이 1년 내내 뼈빠지게 지은 쌀 농사는 구제의 대상이 안되고, 시원하고 아늑한 사무실에 앉아서 돈 장사하는 은행이나, 기업체에는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9월 말 현재 157조 8,000억 원이나 투입되었다. 최소한 30조 원은 이미 회수 불가능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국의 농사꾼이 지은 1년 쌀 농사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처럼 헛되게 날리는 공적자금으로 쌀을 사서 끼니를 굶고 배를 움켜쥐고 서러움에 고통받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하루 한끼 밥이라도 제대로 먹도록 해주었으면 그들은 이 겨울 얼마나 따듯하고 세상을 고마워할까?
풍년이 들어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처치 곤란하다고 연일 방송하면서 끼니를 굶고 있는 국민들의 처참한 모습들은 보고도 못 본 체, 들어도 못들은 체 딴전 부리며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 국민의 세금만 서로 나눠먹고 있는 정치인이나 국가 관리들의 모습을 보면 하늘도 무심하단 말이 허공에 그저 메아리쳐질 뿐이다.
<법구경>에 있는 말이다. “선량한 사람을 때리거나 죄 없는 자를 거짓으로 모함하면 그 화가 열 곱이 되어 돌아오고, 재앙을 가져오는 원수가 헤아릴 수 없이 나타날 것이다.”
돈 있는 사람에게 100만 원 돕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1,000원을 돕는 것이 훨씬 보람 있고, 배부른 사람에게 고급요리를 대접하기보다 배곯고 있는 이들에게 한 끼 배불리 먹여주는 공덕이 더욱 수승하리라.
당연히 정부에서 책임져야겠지만, 있는 곳에 더 갖다주느라 바쁜 정부에서 못한다면 나 자신부터라도 힘닿는 만큼 아사구제에 힘써봅시다.
법산스님(동국대 정각원장, 본지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