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 유서 깊은 신촌의 새절에서 태고종 제83회 정기 중앙종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태고종 제22대 총무원장에 천중사 주지인 운산스님이 선출되었다.
태고종단의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전임 총무원장인 혜초스님은 종회의 개회와 동시에 원장직을 사임하고 새 집행부 탄생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최근 1년여 사이에 태고종의 내분은 태고종도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태고종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소리와 함께 종단이 분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몇 달을 넘기지 못하는 총무원 집행부와 이를 둘러싼 내홍, 그리고 혼란의 반복은 그나마 미약한 종단의 뿌리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동안의 혼란이 이번 집행부의 출범으로 가라앉기를 고대해 마지 않는다. 마침 차제에 출범하는 운산스님의 집행부는 실세 총무원장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중평이다.
한편으론 종단 불협화음의 핵심에 늘 자리했던 만큼 위법망구의 정신을 십분 발휘하여 화합과 전진이라는 종단의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만 할 것이다.
태고종은 조계종과의 대립 속에서 탄생한 것은 아니다. 근대 한국불교사에서 불교계의 혁신이라는 일대 화두에 대한 선택에서 출발했다고 보아야 정체성과 역사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의 태고종 현실은 어떠한가. 패배의식과 몰개성화 속에서 종단의 방향마저 상실한 듯이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태고종 집행부가 출발하게 된 신촌의 새절은 근대 한국사에서 개혁세력의 진원지였다. 유대치와 오경석, 서재필, 이동인 등의 신진 개혁세력이 모여 세계의 흐름을 학습하며, 한국사회의 변혁을 꿈꾸었던 사찰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찰에서 출발하는 태고종의 새 집행부를 예의 주시하고자 한다. 또한 현대사회는 태고종이 좀더 발전한 법사불교를 필요로 한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을 충언하고자 한다. 태고종의 개혁 바람과 훈풍이 새절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