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한해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원론적 대립’이라고 본다.
정치판의 치고박는 싸움판에서부터 크게는 미국과 아프카니스칸의 대립에 이르기까지 ‘극단의 시대’가 올 한해도 머릿기사를 차지하였다.
일찍이 부처는 연기법에서 인간(正業)과 자연(依報)은 둘이 아니라 하나의 큰 생명체라고 하는 의정불이설(依正不二說)을 밝힌 바 있다. 민속전통의 세계관도 마찬가지였으니,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天地與我同根) 만물이 나와 한 몸(萬物與我同體)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역시나 무차별적 편향이 범란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편가르기와 패거리문화, 중앙과 지방, 영남과 호남,여성과 남성, 간척과 보존, 이성과 양성, 윗것과 아랫것, 남과 북, 전쟁과 평화, 개인과 국가, 권력과 시민…. 이들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빛과 어둠을 가로지르는 변증의 지평은 없을까.
서구문명의 무참한 살육앞에서 인디언 추장 시애틀은 일찍이 이런 연설문을 남겼다.
대지 위에 모든 것들은/ 그것이 생물체이든 무생물체이든/ 우리 인간의 형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인문과학의 구분이 무의미하며, 이른바과학과 비과학도 사실 인간의 구분법일 뿐이다. 사람과 자연의 가름도 인간 중심의 구분법일 뿐. 그래서 모든 생명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생명의 철학’이 새삼 그립다.
이슬람과 서구문명의 끝없는 대립을 지켜보면, 21세기의 동서를 잇는 신실크로드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남북문제 해법 역시 지난하기만하다.
‘불이’야말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우리들이 가장 시급히 실천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금년은 그렇다치고, 명년에는 그 ‘불이’적인 삶의 철학이 조금 더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뿌리내릴수 있으려나.
주강현 ((사)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