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우 <취재 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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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가 가사도감을 설치하고 여기에서 지은 가사를 올해 10월말에 치러지는 조계종 3급 승가고시 이수자에게 봉헌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교육원도 조계사와 함께 이번 가사불사를 계기로 의제 통일화 작업을 본격화할 태세다.
사실 조계종의 의제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혁종단이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차례 논의가 진행됐고, 비구(니) 사미(니)의 승복과 가사를 차별화하고 또 단계별로 법계에 따라 가사의 형태를 구분하기 위해 96년 의제 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조계사와 교육원은 우선 가사부터 통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누구나 마음대로 입을 수 있게 돼 있다보니 승가 위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인 문제까지 야기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승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승복과 가사를 구입해 사이비 승려 노릇을 하며, 사기행각을 일삼거나 부녀자를 농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스님들이 가사를 마련하는 방법은 승복집에서 사거나 신도들로부터 보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수행을 상징하는 가사의 본래 의미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색깔도 틀리고 변용이 심해 가사의 ‘위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승복과 가사는 스님이 아니면 입을 수 없어야 하며, 법계에 맞게 입어야 한다. 그리고 그 승복과 가사를 입은 스님들 스스로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의 위의를 되찾겠다고 나선 조계사의 뜻은 반가운 일이다. 교육원에서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의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승복을 관장하는 가사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단차원에서 승복유통을 관장하고 가사를 지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사 관계자의 말대로 여법한 의제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