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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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業사상에 어긋나는 "대권 풍수"
얼마 전 국토가 타들어 가듯 목말라 온 국민이 고통에 시름겨워하고 있을 때, 참으로 어이없게도 김종필씨가 선친묘를 왕기가 서린 곳으로 이장했다고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선대를 좋은 자리에 모시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자식으로서는 당연한 도리요 효심의 발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행동은 지도자의 위치에서, 대권이라는 욕심에 경도되어, 더구나 화염에 땅이 쩍쩍 갈라지고 작물이 말라죽는 이 시기에, 국민의 정서에 크게 이반하는 발복풍수적 방법을 쓴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국토의 묘지화가 비판적으로 거론되고 화장이 바람직한 장묘 형태로 자리잡혀 나가고 있는 이때에 공인으로서의 김씨의 행태는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빗나간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행태는 올바른 풍수사상과 풍수적 실천에 대한 무지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풍수에 먹칠을 하는 모욕에 다름 아니다.

풍수에서는 왕기가 서려 있는 좋은 터에 묘를 쓰면 과연 목적을 이룬다고 말하는가? 풍수의 감응은 그림자 지듯, 메아리 치듯 따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조건이 있다.

곧 땅을 얻는 사람이 생전에 얼마나 덕을 쌓았는가, 그리고 터를 쓰는 후손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끝으로 땅을 쓰는 시기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김씨의 일에는 이 모든 전제가 올바른 도리에 맞지 않았다.

대권주자들의 발복풍수적 작태가 오늘날 온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정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비추어 더 이상 풍수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가치조차 없다.

그래서 차라리 불자로서 풍수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는 편이 유익할 듯 싶다.

불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업(業) 사상을 철저히 강조한다. 따라서 좋은 땅도 평소에 자비를 베풀고 선행을 한만큼 그대로 따라 올 뿐이다.

이와 반대로 명당을 찾아서 복을 받고자 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어리석은 행동인 것이다. 좋은 업을 쌓으면 그것이 씨가 되어 좋은 터를 얻는 것이 역시 불교의 인연법에 한치 어김없이 적용된다.

더 나아가서 진정한 불자라면 불교의 이상향 관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풍수에서는 명당을 말하지만 불교에서는 정토를 말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은 좌청룡 우백호 등의 조건에 합치되는 매우 한정된 장소에 있으나, 불교의 정토는 내 마음이 맑으면 이르는 곳마다 극락이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불교적 이치로 보자면 우선 나의 심지(心地)를 맑고 향기롭게 닦는 일이 우선인 것이다.

불자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풍수를 수용한다면, 도선국사와 같은 조사들이 개인의 발복을 위한 이기적이고 소승적 풍수가 아니라 국토의 온 땅을 명당화하는 대승적인 풍수를 실천한 전통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도선의 가르침은 온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불교적 깨침을 자연에 적용시켜 온 땅이 명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깨달음이다. 따라서 기존에 있는 터의 자연가치를 가꾸어 드높이면 얼마든지 명당이 될 수 있다.

지리산 댐 건설 뿐만 아니라 지금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 등 긴급한 생태환경의 보전에 당면하여 온 몸을 던져 막고 있는 불교계의 선각자들은 불자로서 풍수를 올바로 알고 실천하는 도선국사의 화신들이자 스승인 것이다.

사욕에 눈 먼 무덤 짓거리 집어치우고, 온 국토에 두루 있는 불성을 충만하게 살리는 일이 오늘날 참된 불자로서 풍수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이요 풍수적 방편의 실천이다.

최원석(성신여대 강사, 지리학 박사)
20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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