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맞는 말이다.
인간의 심층에 숨어 있는 심리적 근간도 두려우려니와 의식 수준에서의 공격성 또한 두려움의 극치다.
흔히 못된 사람을 지칭하여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란 말을 즐겨 쓴다. 요즈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나 전쟁의 위기를 생각하면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의 모순이 생각난다.
제발 짐승만큼의 분별만 있어도 세상은 참 온전하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인 생각을 해 본다. 짐승이 생각이 다르다고 종교가 같지 않다고 죽이고 살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만이 그런 행동을 한다.
개인 심리학에서 인간의 본능을 설명하면서 리비도와 데스트루도란 말을 쓴다. 성적욕구와 공격적 욕구를 말하는데, 테러는 이런 공격적 욕구의 발로이리라. 이런 본능적 성욕과 공격욕구는 생산과 파괴를 주관하지만 조화를 이룬다면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조화를 깨면 파괴의 원인이 된다.
미국이 얼마 전에 당한 미증유의 테러사건으로 많은 인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결과에 보복하여 공격적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조건들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테러를 저지르는 원시본능적 충동이나 이를 사회적 조건과 결합시켜 합리적인 공격성을 부추기는 것이나 심리적 근간은 같다.
어느 쪽이건 이 흥분할만한 사건을 두고 소용돌이치는 목표지향적인 공격적 활동은 멈추어져야 한다.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는 미국사람들에게 악연을 누군가가 먼저 끊어야 한다고 충고한다면 들릴 이치는 없겠지만 힘을 가진 쪽에서 먼저 끊어야 악연이 끊긴다. 그 고리를 끊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이다. 짐승만한 질서라도 가져 보자.
이근후(열린마음 크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