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가 뜨고 있다. 가수 서태지와 한 음치가수 사이에는 '패러디 노래'로 소송까지 가고, 유명인이나 영화장면을 패러디 한 광고며, 인터넷상에는 남의 주장이나 글을 비비꼬는 패러디 논설도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를 '패러디 증후군'이라 하는데....
패러디(parody)에는 역설(paradox)이라는 뜻이 포함되며 예술작품을 풍자와 익살로 뒤집어 보는 그야말로 역설적으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진실을 내 보여주는 예술의 한 장르다.
그리스 때도 있었다지만 장르로서는 17세기부터 본격 가동된다.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가 중세기사도 전설을 통쾌하게 패러디 한 것이라지 않는가. 서양 17세기 전후라면 중세부터의 권위와 권력들이 아직 거만함에 젖어 있었고 그들의 허위에 찬 권위가 마침 그 수상쩍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여서 어쩌면 ‘패러디’는 당시의 사회적 요구였을지 모른다. '위선과 거짓의 권위 있는 곳에 패러디 있다'인 것이다.
17세기 이후 ‘패러디’는 한번도 그 기세를 누그러뜨린 적이 없다. 요즘 잘 나가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치즈 내 것 만들기'등 여러 권의 패러디 물이 나와 함께 종이 값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놀부전' '춘향전'등의 패러디가 등장, 이제 이 장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 오늘에 새삼 '패러디 증후군'일까.
원래 패러디는 남의 작품을 비틀고 희화화하면서도 원작에서 맛 볼 수 없는 블랙 유머로 배를 잡고 웃게 하는 가운데 원작 이상으로 가슴에 와 닿는 감동과 비애를 맛보게 해 주는 품위와 철학을 지닌다.
하지만 요즘 횡행하는 패러디에는 막가파 식이 더러 보인다.‘패러디 증후군’이야 비틀린 이 시대의 당연한 증상이겠으나 품위 잃은 것까지 ‘패러디’라 이름 붙여 줄 수야 없지 않을까.
김징자(언론인ㆍ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