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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수장(樹葬)
명산이란 곳을 오르다보면 한적한 길가에 뿌려진 흰 가루에 개미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누군가 또 산골(散骨)을 한 모양'이라고 아는 스님들이 귀뜸해 주신다. 시신의 유회(遺灰)를 자연 속에 뿌린다면 이왕이면 명당을 찾겠다는 자손들이 많은지 옛부터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산사 부근에 그래서 요즘 '몰래 산골'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요즘 중국에는 수장(樹葬)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단다. 언제부터인가 반강제적인 화장이 권장되고 있는데 그래도 매장을 원하는 사람은 수장을 택한다. 수장이란, 사람을 매장한 위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이다. 아마 그 나무는 매장된 시신의 영양분으로 잘 자라게 될 것이다. 사람이 나무로 환생한다고나 할까. 이같은 방법은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만점이다.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지방에는 '공동 안식림'까지 생겨 매장에서 오는 부작용들을 일거에 해결하고 있다.

시신의 인골이 좋은 비료가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유회에 개미가 모이는 것도 그러려니와 19세기 크리미아 전쟁에서 러시아는 3만8천명의 자국 전사자 인골을 농작물 비료로 팔아 전쟁손실에 충당했다지 않은가.

이전부터 화장에 거부감 없는 일본에서는 이제 묘지를 만들지 않고 자연에 뼈가루 뿌리는 자연장이 유행이다. 그들은 어느 한 나무에 유회를 뿌리고 그 나무를 어머니나 아버지 나무, 또는 누구의 나무 등으로 명명한다. 시신과 나무의 관계 설정은 중국의 수장과 비슷한 의미를 갖지만 방법은 다르다.

세계적으로 장례의식은 이제 혁명적 변화기에 접어든 느낌인데 바로 이웃한 극동아시아 3개국의 변화양상은 나라에 따라 이리 다르다.

한국도 몇 년 안에 납골당 중심 장례가 자리 잡을 것이고 보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묘라든가 납골당 등이 보다 자연 친화적 모습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미학적 연구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김징자(언론인ㆍ본지 논설위원)
200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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