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상태였다면 태고종은 지금 한창 종조(宗祖)인 태고 보우 국사의 탄신 700주년을 봉축하는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태고종은 지금 분규가 심화되고 있어 자칫 분종에까지 이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자랑스런 종조 선양사업을 하기는 커녕 후손으로서 종조에게 엄청난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분규가 깊어져야 하는지 뚜렷한 명분도 없이 악화일로에 있는 태고종에 많은 불자들이 실망하고 있다.
태고종이 종단 발전과 대중교화에 힘을 쏟아도 역부족인 판에, 내부 문제를 승가다운 지혜로 풀지 못하고 상대탓만 하고 분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태고종 사태에서 더욱 실망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공부하는 행자들과 강원의 학인들을 분쟁에 동원했다는 점이다. 아직 수행자로서의 배움의 초입에 있는 학인들과 행자들에게 좋은 본보기는 되어주지 못할망정 싸움 한가운데 동원시킨 일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것인가. 이 점만 해도 백번 참회하고 참회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다.
그나마 태고종이 몇 번의 무력충돌 위기를 넘기고 자제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수행자들의 집단인 승가가 대화로써 화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세속인들의 스승 노릇을 자처할 수 있겠는가.
전통의 무게나 인적 구성으로 보아도 태고종의 저력은 아직 만만치 않다고 본다. 지금처럼 뒤에서는 서로 ‘누가 이기나 보자’ 식의 중징계를 계속 가하면서는 협상테이블에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마주 앉아 있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무조건 우리쪽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태고종이 끝내 화합을 구현하지 못하고 계속 대립으로 간다면 결국 분종으로까지 이어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태고종은 더이상 제2 종단으로서의 대접이나 정통종단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태고 보우국사의 탄신일이 11월에 들어 있다. 빨리 내분을 끝내고 화합종단으로 돌아가 종조의 탄신 70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에 태고종도 전체가 한마음으로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