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에 '종단폭력 근절대책 소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한다. 해인사 선방 스님들의 실상사에서의 폭력이 이번 위원회 구성의 직접적 계기가 된 셈이지만 이같은 대책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단식기도에 들어간 실상사 대중들의 참회문은 폭력을 '종단의 고질적 병폐, 뿌리깊은 업보, 훈습되고 잠재돼 있는, 그래서 언제든 분출되고야 말 화산'으로 지적했다. 종단의 폭력문제에 관한 한 이같은 실상사 측 지적은 옳다. 지난 98년 총무원장선거를 둘러싸고 벌였던 폭력사태는 불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실감과 부끄러움을 안겨 주었으며 세계 속에서의 한국불교 이미지 또한 얼마나 훼손시켰던가.
문제는 종단에 폭력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최근만 해도 강원도 모 절에서 차마 있을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져 세인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평화를 가르치신 부처님 법을 따르는 불교종단에 분규와 폭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낭패스러운 일이다. 있어서도 안되며 있을 수도 없는 폭력이 곳곳에 암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쉬쉬 하고 무조건 덮는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종단도 자각한 것이라 여겨진다.
‘폭력근절 소위’의 활동으로 인해 ‘폭력의 싹’이 뿌리까지 도려내졌으면 한다. 물리적 폭력은 세속에서도 지탄받으며 추방되어야 할 일로 본다. 어떤 명분으로도 불교종단 안에 폭력이 발붙여서는 안 된다. 물론 어느 집단이든 집단 안 분쟁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그 분쟁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느냐에 그 집단의 격이 정해진다.
종단 내 훈습된 폭력의 역사적 내력을 따지기 보다 종단 전체의 폭력종식 의지를 높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총합된 결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폭력근절 소위’의 첫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