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세계최대’ 청동대불 조성계획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이 실상사와 해인사 스님들의 참회 단식기도와 참회 용맹정진 다짐으로 여법하게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보며 우리는 안도한다.
지난 한 달 여간의 양 사찰간 갈등과정은 불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실망과 우려를 안겨 주었다. 비록 해인사 청동대불 조성에 대해 실상사 수경스님이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도 있는 방법으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해도 해인사 일부 수좌스님들이 그 동안 조계종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고질적으로 등장했던 폭력으로 대응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안거중 수좌가 선방을 박차고 나온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불교의 참회 만한 것이 있으랴.
21일간이란 긴 단식기간을 잡고 단식참회에 들어가면서 해결의 물꼬를 먼저 튼 실상사 스님들은 ‘ 부처님 가르침 받들어 스스로의 허물을 씻어 내는데서 부터 문제를 풀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해인사 수좌들은 1주일간 잠 한숨 자지 않고 정진하는 용맹정진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뿐만 아니라 ‘대불조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아름다운 불제자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처럼 온 사회가 갖가지 참담한 갈등구조를 굳혀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여기 한국불교의 구세(救世)의 저력까지 감지하게 된다.
이번 대불조성 갈등은 이전의 조계종 종권다툼식 수준이하의 것이 아니었음도 지적하고 싶다. 시대는 진보를 요구하게 마련이고 진보에는 아픔이 따른다. ‘청동대불’ 갈등은 그런 아픔이었으며 불교계는 이를 수승한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치유중이다. 진일보한 종단의 거듭남에 새삼 기대를 걸고자 한다. 그래도 남는 문제라면 고질적 병폐인 ‘폭력’이다. 승단의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단의 뿌리깊은 병폐인 폭력성이 근절되기를 바란다.
화합 없는 종단에 부처님이 머무실 리 없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교계에 더욱 화합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