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문화재는 70~80%가 불교와 연관이 있다. 1,600여년 동안이나 불교는 한국 민족의 사상적ㆍ문화적 모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문화 유산의 고갱이를 이루는 불교문화재는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 모두가 알뜰히 보살피고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국가적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현실은 어떤가. 하루가 멀다고 문화재의 도난이나 도굴사건이 반복된다. 여기에다 도난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문화재이고, 그 중 94.8%가 비지정문화재임을 감안하면 문화재 일제조사는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 탓일까. 문화재청에서도 작년부터 비지정문화재 보존을 위한 관심을 갖고 예산 확보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조계종 총무원과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존을 위한 기초조사로서 각 사찰에 산재해 있는 성보나 문화재를 올해부터 7개년 계획으로 정밀조사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문화재청이 추경예산으로 신청한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비 5억원이 최근 기획예산처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당초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비를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았으나 올해의 경우 ‘불교문화재 도난방지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 특별지시 등으로 교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5억원의 문화재 조사비가 올 추경예산에서 제외돼 버리니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불교계도 문화재 일제 조사에 국가 예산이 보조되면 더욱 좋을 일이지만 국가 예산 타령만 하고 미룰 일 또한 아니다. 종단과 사찰차원에서도 비지정 문화재 보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예산과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에도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비 5억원을 책정해 기획예산처에 올리겠다고 한다. 내년에는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예산배정을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