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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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말로만 百年大計
수능 시험의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너무 어려워 새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이 ‘제도’ 이야기, 특히 교육 현장에 있다 보니 교육제도 이야기만 나오면 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 민감의 느낌은 “또 바꿔?”이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가르침을 믿는 불자로서 바뀜이 어찌 이상하랴마는, 마치 뭐 널뛰듯 바뀌는 교육제도를 보면 멀미가 난다. 다 비싼 돈 들여서 연구한 제도일텐데 어찌 그리도 몹쓸 제도만 만들어 냈던가? 정권 바뀌고 장관 바뀌면 마치 이전의 제도는 천하에 몹쓸 제도, 폐단만 많은 제도라도 되는 듯 바꿔버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뀌는 교육제도에 직접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당사자인 수험생들, 그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일 것이다. 진학을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까지 헷갈리게 변하는 제도에 따라가느라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너무도 안스럽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은 늘 강조하면서도, 교육제도는 ‘일년지소계’(一年之小計)도 안되는 현실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자주 바꾸다 보면 자연 졸속이 되지 않을 리가 없으리라. 교육 일선의 사정은 무시한 채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조자룡 헌칼 쓰듯이 교육 현장을 난도질한 일도 있었다. 교육 현장의 모순은 결국 사회 구조의 모순에서 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교육 제도만 문제로 삼는 근본적인 잘못이 늘 그 아래 깔려 있어 왔다. ‘백년지대계’이기에 조그만 나쁜 점이라도 빨리 고치려다 보니 자주 바꾸게 되었다고 변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쓸 데 없이 자주 바뀌는 제도는 결국 교육정책의 신뢰성을 무너뜨려, 결국 교육 자체를 멍들게 만든다. 자주 바꾸는 것 보다는 조금씩 보완하면서 제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아예 교육 제도의 기본 골격은 10년 정도는 바꿀 수 없다는 전제 아래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예 그렇게 법을 정하면 어떨까? 10년 동안은 못바꾼다는.....

성태용(건국대교수, 본지논설위원)
200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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