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이래 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의 하나가 계율의 수지였다. 따라서 불법승 3보와 함께 파괴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4불괴정(四不壞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과 포교공간의 확대는 계율을 수지하는데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현재 한국에서 모본으로 삼고 있는 율장은 <4분율>이다. 중국 당나라시대에 도선스님께서 남산율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양 3국은 <4분율>에 의거하여 의식과 행장을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250계를 전통이란 이름으로 수지하는 것이 조계종단의 이율배반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다. 율장은 있으되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율장이었다. 종단의 분규가 발생해도 율장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세속 법에 의거하여 처리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종단의 현실이었다.
때맞추어 계율에 관심 있는 스님들이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해인사 홍제암에 모여 ‘비니법석’이라는 계율학회 비슷한 모임을 발족한다고 한다. 계율이 지니고 있는 요익중생과 화합승단의 대승정신을 현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실 이런 모임은 범종단 차원에서 시행해야 할 일이지 몇몇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왕에 시작된 모임인 만큼 종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니법석의 할 일은 매우 많다. 단순하게 재가신도들을 중심으로 5계를 수지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일에 전념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리라 본다.
교단사 차원에서 계율의 변천과정과 계율제정의 의의를 연구 검토하여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동시에 전통이라 하지만 지킬 수 없는 계율을 출가할 때 받게 하는 현재의 종단 수계의식에 대한 문제와 대승불교를 지향하면서도 부파교단에서 성립된 <사분율>을 모본으로 삼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문제 그리고 종단 분규를 율장에 의지하여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연구해야할 일 중의 하나다. 필요하다면 전문학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하여 실질을 추구하는 학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비니학회의 전도를 충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