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비가 억수같이 내린 10월 27일, 남녘 땅끝마을 작은 절 미황사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가 관심을 끌었다. 이 음악회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우선, 기획부터 준비, 출연진 등 전부가 미황사 인근에 사는 지역민들이 맡아 이루어진 축제였기 때문이다. 섹스폰연주를 한 김세화씨도, 판소리로 심금을 울린 소릿꾼 정기열 박병영 노인도 사하촌 주민들이다. 송지면 주부풍물패가 풍물놀이와 남도민요를 흥겹게 연주했고 , 절아래 서정초등학교 학생들과 인근 교사들도 마음껏 재주를 뽐냈다. 음향, 무대, 음악도 다 지역민들이 맡아 며칠씩 절에 와 살다시피 하며 준비했다고 한다. 따라서 미황사라는 절을 무대공간으로 택해 지역민들은 추수가 끝난후 마음껏 흥을 돋구며 자신들의 재주를 뽐내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한 것이다.
주지 금강스님은 “농촌에 사는 지역 불자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하고 싶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 농촌사찰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작년부터 연 음악회도 철저히 지역민 위주로 꾸미고 즐기게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고 부언한다. 미황사는 내년에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주말 한문학당을 열 계획이다.
관람료를 받는 큰 사찰일수록 인근의 사하촌포교에 등한시 하고, 또 상당수 지방사찰들이 지역민들보다는 도시에 사는 ‘재력있는 신도’에 의지해 사찰을 꾸려가는 현 상황에서 지역민들에 의한, 지역민들을 위한 사찰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황사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하나, 미황사의 이번 조촐한 음악회가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한 불자 작곡가 겸 지휘자의 말 때문이다. 그는 “최근 산사 음악회를 개최한 일부 사찰들이 유명 가수들은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앞다투어 ‘모시면서’, 정작 불자성악가나 합창단 등에는 인색하다”면서 “사람을 모으기 위해 유명가수를 꼭 불러야 한다면 출연하는 가수에게 자기곡 외에 적어도 찬불가를 한곡 정도는 부르게 해야 사찰음악회의 뜻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경숙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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