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불교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가장 자주 거론되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재정구조의 문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명한 재정운용 여부가 그 집단의 흥망과 직결된다는 것은 종교집단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계는 그동안 종단이나 사찰의 수입 지출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는 바람에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 왔었다.
특히 주요 소임을 맡은 책임자가 공금을 멋대로 남용 또는 횡령하거나 그 돈을 가지고 환속을 해도 속수무책으로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이 이제까지의 현실이었다.
돈의 흐름이 처음이나 끝이나 청정해야할 삼보정재가 이렇게 함부로 관리되어 온데는 승가의, 재무관리에 대한 인식부족과 관련법안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 되어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때늦은 감이 많지만 이제라도 '사찰예산회계법안'이 조계종 정기중앙종회에서 다루어진다니 매우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고의로 사찰의 재산손실을 초래한 당사자에게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붇게 한다고 한다. 백번 당연하 ㄴ일이다. 또 통장과 인장의 관리책임자를 분리해 관리한다는 대목도 주지의 전횡을 방지하는 데 높은 효과를 얻으리라고 본다.
종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차입금을 후임주지가 인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사찰의 차입금이 주지직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뒤늦었지만 이러한 법안이 지금이라도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금횡령사건은 어디서 또 일어나 불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지 모른다. 투명한 재정운용이야말로 기득권층의 전횡을 막고 종단발전을 이루는 중요 요소이다.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 발생하더라도 이번 회기에 우선 이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조계종 종회는 어떤 이견이나 반론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