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 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데 세계최고의 교육열을 지닌 우리이기에 당연히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을 기대할 만하다. 지능으로만 따진다면 노벨상 수상자의 I.Q는 120정도면 충분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 정도 IQ라면 우리나라 웬만한 초등학교에는 한 교실에 수명씩 있다. 과연 언제쯤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필자는 적어도 외국 대학에서가 아닌 순 한국산의 노벨상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혁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획기적인 학문적 업적에 요구되는 것은 강한 지적 호기심, 상상력, 집중력 그리고 스스로 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떤 권위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않는 실험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통적으로 기억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에 얽매어 왔다. 그 이유는 전통적인 학문이 주로 과거시험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 내용은 주로 중국 고전을 암기하는 일이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교육은 양적으로는 급성장했으나 예나 다름없이 시험 중심의 교육이며 머리 좋다는 사람은 어김없이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만을 지목한다. 시험문제에는 반드시 모범답안이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인데, 창의성은 이전에 없던 것들을 찾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면에서 조선왕조말 진정한 창의적 학문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오히려 과거응시기회가 상실됐음을 기뻐했던 박지원 등 실학파들을 주목한다.
한국에서의 대학 입시는 학생이 지닌 지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기술자를 양산하는 큰 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수많은 영재들은 시험의 틀에 매어 안타깝게도 그 지성을 발휘할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다.
노벨상은 지식의 양이 아닌 창조성과 그 깊이에 대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백년하청(百年河淸) 순 한국산 과학관련 노벨상을 배출하기는 요원할 것 같다.
김용운(한양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