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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서둘지 말자
누구든지 한국문화를 ‘빨리빨리’ 문화라고 한다면 비단 한국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동안 한국 사회는 초고속 실적달성을 자화자찬하며 무슨 큰 장점이라도 되는 양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성장의 그림자가 짙어만 가는 요즘에는, 급히 서둘러서 얻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애써 기억을 되살리지 않아도 아픈 기억은 너무나 많다.

그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은 비약적이고 급속한 개발ㆍ건설ㆍ발전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구었다. 그러나 한강다리 가운데 가장 튼튼한 다리,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다리가 과연 어떤 다리일까? ‘성수대교’ 붕괴 후 한강다리를 건너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와우아파트의 붕괴, 삼풍백화점의 참변, 가스 폭발 사건 등 급히 서두른 결과가 가져온 상처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업으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내 조급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는가 하면 남의 부주의로 내가 불구가 되고, 또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다 사고가 나서 당하는 불행은 일상화되다시피 됐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먼저, 내가 한 발이라도 더 먼저 가겠다는 빨리빨리에서 오는 조급증과 통제불능의 이기심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조급증으로 인해 입은 상처조차도 서둘러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일만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잊는 것조차 서두르다 보니 제대로 반성할 기회마저 잃고 만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난리 아닌 난리를 치다가도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만다. 외국에서는 한국인을 가리켜 ‘냄비근성’을 지닌 민족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지만 ‘냄비근성’도 이정도면 보통이 아니다. 서두르는 데는 가히 일등국민이라 할 만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 그렇게 매사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민족이 본래 가지고 있는 치밀하고 점잖은 문화전통을 살리고, 빨리 나오는 햄버거가 아니라 천천히 끊여서 먹는 된장찌개의 맛을 우리 생활 윤리에 접목시켜 기다림의 미덕과 도덕을 빨리 회복시켜야만 즐겁고 아름다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제발 서둘지 말자. 그래야만 정치ㆍ경제ㆍ통일ㆍ교통ㆍ교육ㆍ종교 등 사회문화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세계시장에서의 신인도도 배가 될 것이다.
200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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