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각회장을 놓고 민주당 연등회와 한나라당 불자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연등회장인 김기재의원과 한나라당 불자회장 김태호의원측에서 서로 회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연등회는 15대 국회 때 집권여당이 회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3당 불자회의 합의였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불자회는 다수의원이 있는 정당에서 맡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정각회의 활동은 많은 불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3당 불자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뜻을 모아 전통사찰보존법과 농지법을 개정해 전통사찰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게 했으며, 조계종의 재산 망실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정기적이었지만 국회에 마련된 정각선원에서 함께 모여 법회를 봉행하기도 했다.
두 당 불자회의 신경전을 바라보는 불자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어쩔 수 없이 정치인들의 모임은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각 정당의 관심은 2002년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모아졌다. 불심잡기에 나섰으며, 국회정각회는 유용한 전진기지라는 것이다. 15대 대통령선거가 100만표 이내에서 당락이 결정됐으니 '불심'은 중요한 관리대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정당과 거기에 속한 정치인의 목적이니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정작 표를 줄 불자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지난 총선 이전 불교총선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낙천낙선 대상자'로 지목되었던 인사가 아무런 반성없이 불자 국회의원들의 얼굴인 국회정각회장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9일 재가연대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정작 '불심'은 불자 국회의원 수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으며,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아야 하는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과 민족, 종교간의 화합과 조화로운 발전,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자비봉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불자국회의원들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