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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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각화사 인근 개발 안된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파괴되어가는 자연환경과 이러한 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및 정신문화의 의지처가 점점 상실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미래사회의 인간은 어디에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세계의 문화민족으로서의 유구한 전통을 가진 한민족의 문화에 대해 정치인들이 이렇게 무지몽매한 과시행정으로 전통문화를 마구잡이로 취급하고 훼손하려는 작태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불교의 찬란한 문화를 제외한다면 한국은 세계의 야만민족이 될 정도로 불교문화의 비중은 막대하다. 옛날 우리의 역사를 보관해 왔던 사고지(史庫地)를 복원하여 조상의 역사 보존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의 장으로 삼는다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건물을 어떠한 목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따라서 지지와 지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1000여년 동안 국민 정신문화의 원천이 되고 전통 정신문화의 교육장이라고 할 수 있는 스님들의 참선수행 도량을 훼손하고자 한다면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상북도 봉화 각화사는 신라 때 원효 성사께서 창건(686년)하였고, 참선수행하는 납자들에게는 각화사에서 반드시 한 철이라도 나봐야 한다는 염원을 가진 유서깊은 선수행 도량이다. 그런데 정부와 도와 군이 각화사 바로 뒤 800m 지점에 있는 사고지를 복원·개발하여 관광지로 삼겠다는 발상은 1000여년 전통 정신문화를 세속화로 깨부수자는 결론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 정부가 국민의 정부라고 자칭하며 민족문화를 보존·향상시키겠다는 구호만 내세우면서 정작 이처럼 유서깊은 국민 정신문화의 본산을 훼손하겠다는 의도와 발상은 불교의 탄압 이전에 국민 정신문화의 파괴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마침 '전국 선원 수좌회'에서 "수행도량을 관광위락단지로 내줄 수 없다"고 나섰다고 하니, 순교정신으로 천 년 수행도량을 지키겠다는 수행 스님들의 결연한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이에 민족의 정신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뜻으로 반드시 청정 수행도량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200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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