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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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어우러짐의 미학
요즘의 우리들은 춤을 추어도 남녀 또는 여럿이 같이 추는 춤이 별로 없지만 강강술래나 단오 민속놀이를 보아도 혼자서 추는 춤보다는 같이 추는 춤이 더 많았다. 다른 나라의 민속춤도 하나나 둘 또는 여럿이 흩어졌다 모이는 순간에 더욱더 멋진 춤들을 추면서 서로의 흥과 우정과 사랑을 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스게임도 또한 흐드러지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다.

산골짜기에서 흘러온 시냇물이 강물이 되어 한 맛으로 짠 바다를 만난다. 바다는 어떠한 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넓은 가슴으로 맞이한다. 찬물과 더운물이 만나는 곳에는 플랑크톤이 많이 살고, 그들을 먹이로 삼는 각종 어류가 많이 산다. 그곳에 들른 어부들은 살이 찌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는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서로 만나는 섬진강변 화개장터엔 서로에게 없는 것을 나눠주고 같이 채우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가 폭력의 힘으로 다가올 때 슬기롭게 대처했던 인도의 포용력있는 불교문화는 간다라 예술과 함께 미린다왕문경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 문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는 동서양 대화의 좋은 본보기를 인류 앞에 선사한다. 자기의 권위와 고집보다는 진리와 옳음에 근거하여 서로를 인정하는 대화법은 지금 이 시대에도 꼭 필요한 방편이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날 때 처음엔 탐색하느라 충돌의 작은 아픔도 있기는 하지만 만난 기쁨을 나누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인류의 보편사였다.

그런데, 조상들이 이루어낸 만남의 기쁨을 현대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슬픔과 괴로움으로 끌어내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종교의 우수성은 다른 종교까지도 감싸안을 수 있을 때 드러나는 법이다. 수련의 계절을 만난 모슬렘들은 반성, 분발해서 아프가니스탄에 불상파괴중지 및 원형복구를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두고두고 인류문화재를 파괴한 후손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문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법현(종단협의회 사무국장)
200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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