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 이다. 여성들이 남성에게 받는 불평등한 속박에서 벗어나 여성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위를 향상시키자는 의미로 제정된 날이다.
정부도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해 2월 29일 여성부를 독립적인 공식기구로 출범시켰다. 구시대적 인습인 유교의 남존 여비사상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자각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 때문인지 요즘 여성단체들도 어느때보다 움직임이 활발해 졌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비구니 스님들과 각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여성불자 1백여명이 모여 조직된 불교여성개발원의 창립으로 불교계도 여성들의 폭넓은 신행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불교여성개발원은 2월 10일 상임위원 워크숍을 열고 여성교육, 사찰내 아동보육시설 설치, 불교여성강좌 개최, 불교여성학 출판물 간행 등 올해의 사업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교계의 여성단체들은 숫적으로도 적었지만 체계적이고 내실있는 사업을 펼치지 못했다. 여성불자들의 수적인 강세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끌어줄 만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기구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봉사활동의 신행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교여성개발원의 탄생을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여성불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 여성불자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만약 이를 계기로 여성불자교육 등이 활성화돼 여성불교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된다면 불교 발전에 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차제에 여성신도들을 대하는 사찰 스님들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한다. 무조건 그들을 불사모연에 필요한 사람으로 여긴다거나 사찰일에 동원하는 '보조자' 정도로 여기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 볼일이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을 돌보고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의 의식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깨우침을 얻는다면 훨씬 살기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밝고 청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도 여성불자들의 의식개혁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김주일 <취재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