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장을 두고 서로 양보를 보인 아름다운 모습과 종회의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하였다는 고무적인 소식에 모든 불자들이 찬탄하고 또 위안을 받았다. 조계종 내부에 독버섯처럼 그 화합의 틀을 깨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던 일종의 감투를 둘러싼 암투가 이번 일을 계기로 일소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실로 불교 종단 내부에서 감투를 둘러싼 알력과 불화가 노출된다는 것은 단순한 잡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출가하였다는 스님들이 그런 행태를 보일 때마다 불교의 진리성 자체가 의심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스님들 사이에는 "중 벼슬은 닭 벼슬만도 못한 것이다"는 말이 있다. 진정 그러해야 한다. 수행을 위해서 출가한 스님들이 어찌 세속적인 일에 얽히는 것을 달가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당연한 일들이 당연한 일들로 여겨지지 않는 자체가 조계종 종단이 그 청정성과 화합성을 상실하였다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불교 자체의 사회적 위상에 그대로 반영되게 마련이다. 세속적 욕망을 초탈하여 수행한다는 것은 불교 출가 승단의 본질적인 이념이기 때문에 타 종교보다도 더더욱 불교 종단 내의 감투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신 종산 스님과 법전 스님, 그리고 지하스님과 청화 스님께 진심에서 우러난 큰 찬탄을 보낸다.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계속 이어져, 종단내의 소임을 둘러싼 일들이 이제는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아름다운 모습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스님들은 이번 일을 찬탄하기에 앞서 당연히 그러하여야 할 일이 이제서야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오욕락의 추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세속적 삶과는 다른 스님들의 청정한 삶의 모습 그 자체가 불교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메시지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큰 포교의 수단도 바로 그러한 스님들의 청정한 삶이다. 그리고 그러한 스님들이 어우러져 이루는 승단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궁극적인 이상으로 삼아 지향해야 될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