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우 기자 <취재 1부>
"요즘 조계사가 너무 조용하다 했더니…제버릇 개못준다고 그렇게 본성이 나와야지 역시 중답지. 그리고 조계사 활극은 언제쯤 또 할건가."
"조계종은 별로 부처님의 뜻을 따르려 하는 것 같지 않네요. 조계사도 이름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지요."
1월 19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정치적 발언 이후 조계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조계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정대스님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150여건이나 올랐다.
홈페이지는 그래도 덜하다. 1월 19일부터 5일간 조계사 종무원들은 외부로부터 걸려온 항의전화를 받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로 시달림을 받게 된 종무원들의 입에서 푸념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조계사가 본의 아닌 '고초'를 겪은 것은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94, 98, 99년 종단사태를 겪으면서 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스님들간의 폭력사태를 지켜본 불자와 시민들은 사태가 일어난 장소가 조계사라는 이유만으로 조계사를 질타하고 매도했다. 조계사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조계사의 한 종무원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총무원과 조계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죄가 있다면 총무원과 한울타리안에 있는 것밖에 더 있느냐"고 씁쓰레했다.
2월 1일 조계사가 개최한 '실직자 돕기 기금마련 바자회'에는 영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민주당과 자민련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의 참석은 평소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에 자주 참석해 온 이희호 여사의 성향을 고려한 조계사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조계사는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놓고도 상당히 노심초사했다. 정대스님의 친여성(親與性) 발언 이후 따가운 눈총을 받아오던 차에, 이번 행사로 자칫 '집권당 사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는 않을까 해서다.
불자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람이라면 조계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명실상부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자, 불교정치의 1번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계사가 겪는 고충은 곧 한국불교의 고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조계사의 고충이 더더욱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