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사건에 연루돼 그 동안 재가연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성혜스님이 조계종 기획실장 소임을 물러났다. 재가연대는 지난 해 10월 성혜스님이 기획실장으로 임명되자, 즉각 성명을 발표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구본사와 특별분담금 사찰, 관람료 사찰 등 주요 사찰에 대한 감사와 사찰토지처분 시 타당성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의 장에 국법과 종법으로 처벌받은 스님이 임명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재가연대의 주장이었다. 마침내 2월 6일 성혜스님은 총무원장 정대스님에게 사표를 냈고, 원장은 사표를 수리했다.
재가자들이 총무원 교역직 종무원 인사에 발언을 한 흔치 않은 일이 원만하게 마무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성숙한 불교의 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후 조계종을 비롯한 총무원과 불교를 대표하는 단체의 주요 소임자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인사청문회와 같은 제도의 도입도 적극 고려해볼만 한 일이다. 그래서 혹 흠결이 있었다면 참회하는 절차를 거치고, 소임자로서의 계획과 소신도 밝힐 수 있다면 소임을 맡는 당사자나 불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스님들과 불자들은 불교 안에서 적든 크든 소임을 맡기 마련이다. 불교 안에서 소임을 맡을 자격의 첫째 조건은 능력이 아니다. 대중과 화합할 수 있어야 하고, 높은 도덕성이 첫째이다. 능력은 그 다음이다. 특히 종단의 중앙종무기관과 같은 곳의 소임자에게는 책임과 권한이 더욱 큰 만큼 화합을 위한 하심과 도덕성의 확보가 더욱 요구된다.
최근 언론과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종교 개혁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우리는 종교를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경계하지만, 종교가 본래의 가르침에서 멀어져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의 변화와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조계종 기획실장의 사퇴를 계기로 스님들과 재가자들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하는지 되볼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재가연대에서 제안한 '공직청규'의 제정, 고위 공직 임명시 검증 절차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