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대한불교 조계종 승보종찰 송광사 조계총림 율원에서는 불기 2544년(서기2000년) 6월 25일 이번 의사들의 집단 파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힙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의 모든 고통 중에서는 병들어 신음하는 고통보다 더한 것이 없기에 병을 치료해주는 공덕 또한 모든 공덕 중에서 가장 수승하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의 피곤함과 수고로움을 돌아보지 않고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애쓰시는 의사 선생님들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정성스럽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거룩함 입니다. 이세상 무엇 보다도 소중하고 존귀한 것이 생명이며 그러한 생명을 살려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큰 자비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돌보는 평등심으로 만나는 환자를 다 치료 하려는 따뜻한 인정의 마음이며, 경제적 손익을 초월하여 치료해주는 큰 사랑의 마음입니다. 오직 하나뿐인 이 생명들은 누구의 것은 귀하고 누구의 것은 천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준다 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생명, 이러한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간병하는 일은 큰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공덕을 짓는 일 중에서 으뜸입니다.
불교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서도 한결같이 생명 존중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네바선언문을 외우며 그 내용 중에서 특히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 하겠노라"라는 대목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서약하노라"라고 선서하셨고 가슴속에 새기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최근 현명하신(?) 의사 선생님들께서는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나와서 생명을 살리는 본연의 직무보다도 자신들의 권익을 위하여 파업하고 있는 모습은 열 걸음을 물러서서 생각해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이며, 길을 막고 물어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파업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 이익이 되겠습니까?
지금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으며, 병의 아픔으로 신음하며 의사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들을 업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며 잠긴 문을 두드리며 애타는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병상의 환자들이 신음하며 고통스러워 하고 심지어는 죽어가고 있는 데도 의사들은 환자들의 신음과 눈물을 외면한 체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국민 누구가 의사들을 신뢰하고 생명을 맡기며, 누가 의사들의 입장에 동조하겠습니까?
이 파업사건은 다른 어느 나라, 어떤 시대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희유한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외국의 의료기관이나 언론 기관에서도 오늘의 사건을 예의 주시하며,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사들도 나름대로의 그만한 이유가 있을 줄 압니다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한 명분을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현명 하신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 하셔서 조속히 병원안 환자의 병상으로 돌아 오셔서 기꺼이 환자들의 병을 진찰하고 치료한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거룩한 의사들에게 국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기뻐하고 찬탄할 것입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의학계 자체에 대한 불신도 역시 악화되고,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의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될 것이며, 비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디 국민들의 아픔과 두려움을 돌아보고 또한 성인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환자의 병상으로 속히 돌아 오기를 정성스럽게 기원하며 간절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투쟁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시간을 두고 대화로 충분히 토론하여 풀어갈수 있을 것이라 믿어집니다.
현명하고 자비하신 의사 선생님들과 의료계의 모든 분들, 그리고 국민들, 살아있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태평하기를 안락하기를.
(율원: 부처님 교단의 계율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수행하는 수행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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