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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대책없는 비판
불교여성개발원이 3월 13일 포교원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혜진스님 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혜진스님 사건 이후 교계단체로서는 처음있는 입장표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불교여성개발원이 밝힌 입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개 여성단체가 진상규명없이 이 문제를 '성폭력'으로 규정한 것은 잘못이므로 공식사과하고, 따라서 현재 이들 여성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진상조사위를 신뢰할 수 없으며, 이번 사태가 나눔의 집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불교여성개발원이 중점을 둔 부분은 이들 3개 여성단체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 내용중 "여성은 언제나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은 불교여성개발원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을 잘 보여주었다. 잘못된 여성운동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같은 여성단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번 불교여성개발원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우선 혜진스님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나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은 그 이유를 "정서적인 분위기만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입장표명을 미뤄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교여성개발원은 3개 여성단체와 문제를 제기한 여성, 그리고 혜진스님을 만나지는 않았으며, 진상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스님만을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 자체적인 노력없이 상황전개의 추이를 지켜보다 3개 여성단체에 대한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이에 편승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논리였다.

게다가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이인자 원장을 비롯한 두 명의 상임위원은 "이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해 놓고도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왜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세 사람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방법을 찾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치 끝이 무뎌진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좀더 일찍, 그리고 뚜렷한 대응방안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기자회견이었다.

한명우 기자
200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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