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문을 연 강원도 정선 폐광촌 스몰 카지노에 연일 사람이 몰려들면서 여러가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망국병이다! 일하지 않고 단번에 떼돈을 번다는 생각! 카지노 말고도 경마, 경륜, 각종 복권을 포함해 도박이란 것이 정부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세칭 말세가 지금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나 나라나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더 슬기로워지고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우리나라는 모두가 거꾸로 나이를 먹는 것 같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힘써 노력한 정당한 열매를 얻기 보다는 '우연에 의한 한탕주의'로 팔자고쳐보자는 허무맹랑한 기회주의 풍조의 만연인가?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은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정부까지 나서서 합법적으로 인정한 도박인데 뭐가 잘못 됐느냐?"고.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는 그 사회를 끝내 망치고 만다는 단순한 사실과 함께, 이 사람은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고 만물의 영장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그의 영속적인 '가치추구'에 있다는 사실을. 이 가치는 삶의 의미를 갖다주는 토대로서, 나와 남을 동시에 이롭게 하는 특성으로서 자유, 평등, 평화를 그 본질로 한다. 지금 정선의 폐광촌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조금이라도 위와 같은 생각이 남아있는지를 살펴 볼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도박은 기독교의 하느님도 사탄도 참기 힘든 유혹의 하나였다. 구약성경의 '욥기'가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독실하게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욥의 신심을 걸고 하느님과 사탄이 도박을 해서 결국에는 하느님이 이긴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기독교에서는 도박을 통해 중요한 가르침을 펴고 있다. 인간과 신의 하나 됨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수단으로서 도박이 이용된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도박을 한다. 도박을 하는 심리도 따지고 보면 그 뿌리는 탐욕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탐욕심은 경전에서 '삼계를 태우는 불길'에도 비유되며, 특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남긴 말씀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서 부처님은 이것을 "독사, 사나운 짐승, 또는 원수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로 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꿀 그릇을 손에 든 사람이 이리 저리 까불며 날뛰느라고, 보는 것은 오직 꿀뿐이요, 바로 앞의 깊은 구덩이는 보지 못함과 같으며, 또 그것은 고삐도 없는 미친 코끼리나 나무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커다란 원숭이만큼이나 제어하기가 어려우므로, 재빨리 붙들어 함부로 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가르치셨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마음은 이와 같기에 현실을 바로 보지(正見) 못한다. 바로 보지 못하기에 바르게 생각하지(正思) 못할 것이고,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기에 바른 삶(正命)을 살 수 없을 것이고, 나아가 올바른 정신집중(正定)에 들어 고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깨달음의 길에 들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부처님은 어떠신가? 한 나라의 왕위를 박차고 수행자의 길로 들어섬은 필자와 같은 중생의 눈에는 인생 최대의 도박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해탈과 수많은 중생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 '구세대비'라는 보살의 서원으로 초인적인 정진 끝에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여 수 많은 중생을 건지신 자리이타의 우주적 도박인 셈이다. 도박을 하려면 부처님처럼 해야겠다.
성기서 서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