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불교도가 함께 하여 통일을 위해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귀한 자리가 열릴 것 같다. 오는 12월 열기로 기본적인 합의를 본 '남북불교도 통일토론회'가 그것이다. 남북한 불교계의 대표들이 가끔 접촉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지던 남북한 불교계의 접촉이, 이제 토론의 마당으로 열려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한 걸음 나아간 공개적인 만남, 그것은 남북한 불교가 만나는 새로운 형태를 통하여 서로 조금씩 접근하는 연습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우선 그 만남을 원만하게 성취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한의 만남은 그 동안 헤어져 있었던 세월이 길었던 만큼 서로 변한 모습과 생각들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예가 많으며, 그로 인하여 서로 어색한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많다. 우선은 그 만남이 진정한 화합의 모습이 되도록 하여, 거기에서 얻어진 화합의 힘이 불교계 변혁과 통일 추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주의를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철저해야 함은 물론이요, 그 준비는 자기 중심의 아집을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열린 자세에 바탕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일단 착실한 준비에 의해 토론회가 화합의 축제로 열릴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앞으로 남북한 불교가 나아갈 기본적인 방향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의 원동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과거로부터 남북한이 함께 지닌 문화적 토대, 그 가운데 불교 문화의 유산을 통해 남북한이 하나될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불교 정신을 통해 민족의 화합된 앞날을 제시하고, 그러한 앞날을 이루기 위해 불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급한 기대는 뒤로 돌려도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민족 분단의 큰 고통의 해결을 위해 남북한 불교가 함께 머리를 맞대게 된다는 점이다. 다만, 남북한 불교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여 진정한 하나를 이루어야 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