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일찌감치 내년도 문화인물을 발표했다. 문화인물중에 보조국사 지눌스님과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들어있다. 지난 98년 문화인물에는 불교관련 인물이 하나도 없었고, 보통 문화인물을 선정할 때 스님은 1명 정도 들어가던 관례를 볼 때 이번에 스님이 두 분씩이나 되고, 더구나 한국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종조격인 보조국사 지눌스님과 천태종 종조인 의천스님이 같이 들어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태고 보우스님 때문이다. 태고 보우스님(1301-1382)은 한국의 장자 종단과 제2 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의 종헌에 거론되는 우리 불교사에서 아주 중요한 스님이다. 태고종은 종단 이름조차도 태고스님에게서 나온 것이며 한국의 스님중 태고스님의 문손이 아닌 스님이 없다 할 정도로 태고 스님이 불교사에 끼친 영향은 혁혁하다. 내년 2001년은 스님께서 탄생하신 지 꼭 700주년이 된다. 탄신 700주년이란 의미깊은 해를 맞아 문화인물로 모시어 국민 모두가 스님을 기리는 계기를 삼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몇 달전 태고종 전 총무부장을 지낸 법현스님이 태고종 기관지인 <한국불교>에 '태고스님을 문화인물로 지정하고 태고스님의 생애와 저술 교육과 포교, 문화활동의 의의를 정리하고 그 정신을 선양하자' 요지의 글을 기고한 적도 있었기에, 또 내년으로 열반 900주기를 맞는 의천스님은 내년 11월의 문화인물로 되었기에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
물론 문화인물로 안 되었다고 해서 태고스님을 기리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문화관련 일을 총괄하는 문화관광부·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불교계가 공동으로 스님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불자들은 물론 태고스님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까지도 스님에 대해 알게 하고 흠모케 하는 계기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90년부터 시작된 문화인물 선정은 우리나라 역사상 위대한 문화적 업적을 남긴 인물을 선정해 학술세미나 자료집 발간 성지순례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영상물로도 제작되고 중앙일간지와 TV, 전국 시 군 구 소식지와 관 기관지 등에도 널리 홍보가 되는 것이다.
문화인물에는 비록 선정되지 못했지만 내년 탄신 700주년을 맞아 태고 보우라는 큰 봉우리에 걸맞는 알찬 행사가 준비되었으면 한다. 스님과 관련된 종단들이 연합으로 다례식, 학술세미나 등은 물론 음악회나 연극 등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는 문화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경숙 <취재 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