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길을 가다보면 들어본 적도 없는 종단에 소속된 절이 부쩍 눈에 띈다. 그 절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스님이 영가를 관(觀)하고 천도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하여 환자가 치유되고 우환이 퇴치된다면 중생심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나에게도 찾아와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신도들이 있다.
영가천도를 잘하는 스님이라면 무조건 큰스님(?) 쯤으로 존경하고 예우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한 스님들은 큰 스님으로 대접받고 점차 친견하기 어려운 유명인사가 되어간다. 그런 절에는 불사도 일사천리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 그러한 큰스님을 친견하는데는 사전예약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일도, 다가올 일도 쪽집게처럼 정확히 알아맞힌다는 소문에 타종교를 믿는 정치인들까지 찾아간다는 풍문이다. 다들 큰스님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것일까.
인터넷에서도 그 큰 스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신도는 한 스님의 홈페이지에 우연히 들어가 대화방에서 불교 상담으로 그 스님을 알게됐고 상황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행되었으나 결국은 오래가지 않아 그 신도는 불쾌했던 사연을 나에게 하소연해온 일이 있다. 물론 큰 스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가 큰 스님(?) 행세를 하면서 신도들을 농락하는 것이지만 그 추세가 심각해져 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예전보다는 생활이 윤택해졌고, 많이 배우고 느끼고, 나름대로는 똑똑한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큰 스님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신통자재한 큰 스님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큰 스님 신드롬'에 걸린 소수의 불자들로 인해 참으로 올곧게 수행하고자 하는 스님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주위엔 성실하게 오직 일념으로 기도하는 스님, 한 평생 참선으로 수행하는 스님, 간경 사경으로 정진하는 스님, 소외된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어 보살행을 실천하는 스님, 포교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스님들이 많이 있다.
지금도 소위 '영험한 큰 스님'을 찾아 헤매고 있는 불자들은 자기자신부터 성찰해 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고난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체의 고(苦)와 낙(樂)은 다 나의 몫일 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 순응하고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 그저 최선을 다하여 노력해야만 한다. 어려움에 빠질수록 법당으로 달려가 참회기도로써 풀어나가는 불자가 많아져야만 진정 큰 스님은 늘 우리곁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