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미래는 그 사회가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로 전망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새싹 불자의 오늘'을 통해 본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불행히도, 대단히 어둡다.
정교한 논리나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들 필요도 없다. 일상의 경험에 비춰봐도 명백한 사실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기대되는 행사나 대형불사에 들이는 노력과 비교해도 그렇고, 정기적으로 어린이 법회를 여는 사찰의 수를 봐도 그렇다. 비교적 도심 포교 사찰이 많은 서울지역의 경우만 보더라도 조계종단에 소속한 320개 사찰 중 어린이법회를 여는 곳은 25곳에 불과하다.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교 부재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늘 되풀이되는 '교사·교재·프로그램·재정 부족…' 따위의 부족 타령은 변명 이상의 설득력을 행사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늘 뒷전으로 미루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계종 포교원을 비롯한 어린이 포교단체들의 노력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상당히 밝게 한다.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10월 24일부터 6개월 과정의 '불교 어린이 교사대학'을 개강할 예정이고,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에서도 지난 14일 어린이법회의 성전이라 할 <어린이 법요집>을 발간했다. 연내에 <어린이법회 지침서>도 낼 계획이라 한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제부터는 '부족'을 이유로 '당위'를 외면하는 개개 사찰의 무책임한 태도는 설자리를 잃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포교 일선에 선 사찰에서는, 진짜 부족한 것은 인적·물적 자원이 아니라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에 대한 '의지와 인식 부족'임을 자각하고 현장에서의 실천적 노력에 힘 쓸 것을 기대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스템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운용할 사람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차제에 또 한 가지 언급해 둘 것은, 양질의 교사가 배출되고 다양한 교재와 프로그램이 개발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개별 사찰의 형편과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여 창조적으로 적용하고 나름의 최선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또다시 답보상태가 재연될 것은 불보듯 훤한 일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스님과 사찰이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게 하는 일이다. '즐거이 놀며 배울 수 있는 곳' 보다 더 훌륭한 교육의 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