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는 인사파문이다. 김대중정부 출범후 지역감정이 더욱 심화되고 각종 선거에서 이런현상이 표출되고 있다. 특정지역 편중인사문제만 거론하면 야당은 저절로 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낙하산인사로 무성한 비판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아예 귀를 막고 못들은 체 하고 있다. 도대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단행된 낙하산인사를 보자. 공천신청을 철회한 채영석 전의원은 지난달 30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사장에 임명됐고, 박태영 전산업자원부장관은 새로 출범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앞서 주미대사로 임명된 양성철 전의원과 한국관광공사사장으로 나간 조홍규 전의원, 한국광업진흥공사사장 박문수,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김용술, 보훈복지공단이사장 조만진, 농수산물유통공사사장 김동태 전지구당위원장 등 총선을 전후해 정부산하기관에 자리를 만들어 나간 인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0명을 훨씬 넘는다.
한나라당 통계에 따르면 2월기준으로 85개 주요정부산하단체임원중 30여개 자리가 여권이나 친여권인사로 충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하는등 어려운 결심을 했거나 당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각종통계와 관행, 대통령제국가인 미국의 예까지 들며 정부인사의 합리성을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특정지역의 사람들 뿐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부인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는 특정지역 중심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낙하산인사이다. 여권실세들이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상위순번에 들어가려고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인사에는 전문성이나 그 기관의 운영능력등 국가적인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당시 당방침에 순응하는 등 당에 협조했는가, 아니면 반발했는가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다.
채영석 고속철도공단이사장은 한때 군산시장선거에서 공천헌금과 관련하여 검찰의 내사를 받았고,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이고, 고속철과 관련있는 경력이라야 국회의원 당시 건설교통위원을 했다는 것이다. 고속철과 관련된 전문지식도 없고, 도덕성을 의심받은 인물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고속철도공사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태영 전장관도 전문성등에서 볼 때 자격이 의심스럽고,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김대중대통령의 전동서인 노의사가 임명된 것은 더욱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인사는 김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않고 민주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데도 이런 인사가 계속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스런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여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 해도 능력과 전문성을 갖춰 공기업이나 정부산하기관을 잘 이끈다면야 비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잦아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디 그랬는가.
공자는 "順天者(순천자)는 存하고 逆天者(역천자)는 亡한다." 고 말씀하셨다. 이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입만 열면 개혁을 외쳐왔다. 그러면서도 공공부문의 개혁은 부진하다.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공기업사장 및 임원자리에 경영전문가 대신 낙하산인사를 해온 정치권력 때문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엉터리 인사를 할 바엔 개혁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 민간부문에 무슨 명분과 도덕성으로 개혁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건교부에 따르면 고속철도건설공사가 궤도에 오른만큼 이제는 고도의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도의 민영화와 관련해 노조의 반발등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중요한 직책을 수행한다면 공공부문개혁은 실패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기관장의 전문성 부실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가. 정부가 신뢰를 잃게 되면 민심은 떠나게 된다. 민심이 떠나면 천명도 떠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