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이 만나 이룰 수 있는 최고 형태의 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공간이 사찰이다. ‘명산’이라는 말에는 으레 ‘대찰’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실제로 산수가 빼어난 곳에는 어김없이 사찰이 있다. 그곳에 사찰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인간은 자연에 대한 교감의 길을 열 수 있게 되고, 자연에는 신성성이 더해진다. 따라서 사찰은, 인간의 패악이 쉽게 자연을 망치지 못하게 하는 완충지대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전국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찰의 대형 불사를 보게 되면, 사찰에 대한 종래의 이미지는 쉽게 허물어지고 만다. 거기에 더하여 무분별한 물고기 방생 같은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계종이 ‘환경위원회’를 발족한다고 하니 반가움과 기대가 자못 크다.
앞으로 ‘환경위’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불교가 환경보호에 어떤 형태로 기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고, 둘째는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할 환경으로서의 사찰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지키고 가꿀 것인가의 문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히 하면 나머지 부분의 노력도 무의미해지고 만다.
수행 공간으로서의 사찰이 보호 받아야 하는 까닭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정신적 피난처로서의 공간을 지킨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위의 활동은 단순히 수행 환경을 지키고 불사에 의한 환경 파괴를 막는 정도를 넘어, ‘세상’이라는 가장 큰 환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내실 있는 활동으로 불교야말로 가장 자연친화적인 종교임을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