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립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인도에서 홀로 사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군중 속에서도 고독에 곧잘 젖는 현대인들의 말이다.
사람들은 혼자일 때는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다가도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로를 느낄 때면 도리어 혼자 있고 싶어 할 때도 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마치 고슴도치처럼 혼자 있으면 추위를 느끼고 그래서 서로 부둥켜 안으려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중성은 인간의 애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생각하게 한다.
자연을 벗 삼고자 산사로 발길을 떼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산사에서 대중들이 거처하는 요사채에는 일반 관광객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은 대개 별다른 볼거리가 없기도 하지만 통제를 하지 않을 경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어서 이 영역만큼은 작은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하는 장소다.
이 '관광인 출입금지' 푯말 앞에서 하는 관광객들의 말이 문창호지를 통해 들어오기도 한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인가봐."
이해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 정겹기까지 하다.
하루는 어떤 아이가 엄마와 함께 구경을 왔다가 아이가 이곳에 들어오려 하자 엄마가 내뱉는 말이 들렸다.
"애야, 그곳엔 들어가지 마라! 사람이 싫단다!"
여러 상념이 오갔지만 무엇보다 그 아이가 그냥 저렇게 가버리면 절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을 싫어한다는 관념이 자리잡지는 않을까 적이 염려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출입금지' 구역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야말로 바로 자기를 만드는 텃밭이라 할 수 있다. 석가는 철저한 고독을 통해 자기와 완전히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가족과 세속을 떠나면서까지 진리를 찾았던 것은 모든 중생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우리도 '출입금지' 구역을 갖고 싶다.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기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 좋다.
(도수스님, 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