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 총선을 며칠 앞두고 한 교구본사가 연 주지연수회장. 선거철인 탓에 낯익은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주최측에서 이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었는데, 한 국회의원은 "고등학교 때 사찰 옆에서 하숙했다"며 불교와의 인연을 강조해 좌중을 웃겼다. 정치인들이 종교를 표로 바라보는 한 사례이다. 행사가 끝난 후 한 스님은 "교회에 가서는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촌평했다.
최근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개신교인이 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정치인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은 여당 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이다. 조계종 전계대화상을 역임한 일타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아 불자들 사이에서는 친근한 정치인이다. 일타스님과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탄성스님 영결식 때 재가불자를 대표해 조사를 낭독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개신교인이 됐다는 보도는 불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며칠 후, 이 위원의 친구인 한 목사가 다소 과장해 언론에 알려 사실과 상당히 다르게 알려졌음이 밝혀졌다. 교회에 몇 차례 가긴 했지만, 세례를 받지 않았으며 교적도 그 목사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이 위원측에서 해명했다.
이 위원의 개종 파동이 일시에 커진 것은 그 동안 정치인들이 보여준 태도에서 기인한다. 한 정당불자회의 주요 소임자가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사정을 들어 개신교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종교를 바꾸는 것쯤도 용인되는가보다. 그래서 '정치인의 종교는 개불릭(개신교, 불교, 가톨릭을 합친 조어)'이란 비아냥이 나도는 현실이다.
그러나 종교인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종교는 탈세속적이다. 그래서 어떤 가치체계보다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정치는 세속적이다. 탈세속적인 가치를 세속적으로 바라보는 정치인의 태도를 종교인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자기 종교에 철저하며 다른 종교에도 애정을 가진 정치인, 이런 사람을 종교인들은 지도자로 뽑고 싶다.
정성운 취재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