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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사회 어디로 가나 - 신준식교수(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요즘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시위와 파업을 보면 이러고도 나라가 온당할 수가 있을까 걱정이다. 근자에 공직사회의 연금법 개정 반대, 민주노총의 공권력 규탄 가두시위, 한국노총의 주 40시간 5일 근무제 쟁취 총파업이 있었고, 롯데호텔은 파업이 계속됐다. 그리고 건국 이래 초유의 의료계의 집단 폐업과 금융노조의 파업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 파업이 가까스로 끝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파업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다.

또한 걱정이 되는 것은 재향군인회를 포함한 참전단체 연합회의 임원들이 여당과 정부에 대해 참전 군인 보상 확대를 요구한 문제와 관련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들의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료계의 폐업이나 금융파업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라가 먼저 있어야 민주화고 무엇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몇 십년을 참고 살아왔다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왜 우리 사회에 이러한 갈등 현상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나는가. 그 중요 요인은 정치권의 말바꾸기와 일시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정부가 신뢰를 잃은 데에 있다. 정직이 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또 근시안적인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누구도 정부와 정치권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렇게 불신만 쌓여있는 상태에서 사회통합과 조정기능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힘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지난 시대에 비해서 지식도 많고 정보의 양도 많고 그것을 얻는 속도도 빠르다. 따라서 비판 의식이 높고 행동성도 강하다. 또한 사회는 더욱 타산적으로 되어간다. 이와 같이 개인의 속성이나 현대사회의 성격을 보면 개인의 욕구분출 내지 이익집단들간에 갈등이 일어날 소지는 많다.

그리고 사회가 급변할수록 단순 모방이 쉽게 일어난다. 대체로 아이는 어른을 모방하고 하층은 상층을 모방하고 일반 시민은 지도자를 모방한다. 돈있고 권력있고 권위있는 자를 모방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돈있고 힘있고 권위있는 자들이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분명 아니다. 애국심과 도덕성에서는 평균이하다. 오히려 부정적 모범을 보이고 있는 자도 많다. 심지어 지도급 인사 증의 상당수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가지 예만 해도 그렇다. 즉 지난 4. 13총선 때 밝혀진 선량을 꿈꾸는 자들의 병력문제나 세금문제에서 그러하였다. 법을 만드는 선량들의 약 4분의 1이 어떤 이유로든 군대를 가지 않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식까지도 안 보낸 사람이 꽤나 있었다. 정당한 경우는 예외이겠으나 이렇게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지도자로 혹은 애국자인양 자처하고 행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나라 선거 수준이 만든 잘못이다.

우리 사회는 정도가 잘 통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껏 살면 돈도 권력도 권위도 좀 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개인과 집단이 참고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고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쟁하여 얻어 낼 것은 얻어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갈등을 증가시키고 그 갈등을 격렬하게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 우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국민적 불신이 깊은 현실에서 공식적 통제보다는 비공식적 통제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진정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힘있는 지도자들이 좋은 모범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지도자의 모범적 자세에서 국가의 정책은 공정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즉 '思無邪'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꽤와 술수가 개입되고 정략적이고 당략적인 정책이어서는 안된다. 솔직하고 진정으로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이라면 당장에는 몰라도 언젠가는 인정을 받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고 정당성이 있다.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국가 정책은 중요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깊은 사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0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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