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찰에 소장된 불화를 집대성한 <한국의 불화> 대작불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성보문화재연구원이 지난 90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해까지 16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올해 다시 4권을 보태 1차분 20권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2005년까지 매년 4권씩 발행, 모두 40권으로 대미를 장식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책'의 형태이긴 해도 5천여 점의 불화가 집대성된 또 하나의 '성보'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탱화 도록은 주로 지정 문화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불화>는 제작 연대가 조선시대 말까지인 모든 불화를 망라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미술문화를 집대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평가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화는 불상에 버금가는 비중을 지닌 중요한 신앙의 상징물이다. 또 우리나라 불교의 신앙 내용과 형태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회화사(繪畵史)에 있어서도 불화는 그 표현 기법과 채색의 사용법이 독특해 연구의 대상이며, 일반 회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고려불화는 세계적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불화는 내구성이 뛰어나지 않아 훼손의 우려가 크다. 오래 전부터 문화재 도굴범들의 표적이 되었어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게 그 동안의 실정이었다. 훼손되었어도 원형을 몰라 복원도 쉽지 않았다. <한국의 불화> 간행은 신앙의 상징인 불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지만, 성보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실 사찰의 전각에 모셔진 불화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연유에 의해 조성됐고, 어떤 신앙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문화재 도난범들의 표적이 되어도 대책 마련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불화> 대작불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1권 제작에 들어가는 1억원씩의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촬영 장비를 산에서 산으로 이동해야 하는 수고를 더 해야 한다. 불자들 모두가 해야 할 일을 그들이 하고 있다. 같이 힘을 보탤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