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땅콩이라 생각하고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라"며 어느 분이 권하셨다. 요즘 노자, 공자 등 동양고전 붐의 중심에는 도올 김용옥씨가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도올을 '웃기는 남자'라고 마구 몰아대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 대한 도올의 해석이 황당할뿐더러 TV에서의 강의 태도 또한 마뜩찮다는 clouds(저자 이경숙씨의 인터넷 ID)는 그 도올의 강의를 '바로잡아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도올의 강의 가지고 얘기하는데 심각하거나 진지할 필요가 있나 싶고, 뭐 학술적인 격식까지 갖출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서문에서 밝힌 저자가 '진짜 골 때리는 쇼' '무식하면 부지런하지나 말아야지' 등 인터넷 채팅언어로 쏟아내는 그 거친 '입심'이란…. 그런 입심으로만 따지면 구름(clouds)씨가 도올 선생에 비해 단연 한수 위로 보인다.
그 동안 동양학계에서는 TV 도올 강의에 대한 얼마간의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학계의 그 침묵을 견디지 못했던지 이번에는 '매운 글'을 잘 쓰는 영문학자 서지문 교수가 요즘 방영되는 도올의 '논어 강의'에 얼마간의 브레이크 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못난 시류 탓에 억울하게도 '고리타분'으로 분류, 곰팡내 나는 창고 속에서 잠잘 뻔했던 노자와 공자가 지금 막 살아서 우리 곁으로 오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자기 팽창'적 정신질환 때문에 강의 태도가 위아래도 없이 방자하든 어쨌든 지금 노자 공자를 우리 앞에 살려내고 있는 것은 도올이며, 이에 맞서는 서 교수나 구름씨도 그에 기(氣)를 보태고 있는 형국이라 할 것이다. 일반의 관심과 활발한 논의 자체가 우리들로 하여금 성현들의 말씀을 가까이 하며 한번쯤 되새기게 해주지 않는가.
옛 성인들의 말씀을 엄숙주의로만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쩌면 '도올식' '구름식' '심심풀이 땅콩식'이 그 이해에 더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혼탁한 세상, 지금 우리 가까이 다가앉는 공자와 노자를 반긴다.
김징자(언론인, 본지 논설위원)